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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테크·금융

[마케팅 경제학] '수능 특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가격 차별과 고객생애가치(LTV) 전략

by trendwon 2025.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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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경제학] '수능 특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가격 차별과 고객생애가치(LTV) 전략

매년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 직후, 대한민국 소비 시장은 '수험생'이라는 특정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프로모션 전쟁'에 돌입합니다. 이는 단순한 할인 이벤트를 넘어, '가격 차별'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생애 첫 고객'을 선점하여 미래의 수익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정교한 경제 전략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수능 특수' 현상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1. 핵심 전략 1: '가격 차별(Price Discrimination)'을 통한 수요 창출

'수험생 할인'은 경제학의 '3급 가격 차별'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는 시장을 여러 소그룹으로 구분하고, 각 그룹의 '수요의 가격 탄력성'에 따라 다른 가격을 부과하는 전략입니다.

'수험생' 그룹은 ▲소득이 거의 없어 가격에 매우 민감하고, ▲시간은 많지만 구매력은 낮은 특징을 가집니다. 기업은 이 그룹에만 '수험표'라는 명확한 자격증명을 통해 파격적인 할인을 제공함으로써, 평소에는 구매를 망설였을 잠재 수요를 실제 구매로 전환시킵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정상가로는 판매되지 않았을 '유휴 좌석'이나 '유휴 서비스'를 판매하여 추가적인 '한계 이익'을 얻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2. 핵심 전략 2: '생애 첫 고객' 선점을 통한 LTV(고객생애가치) 극대화

특히, 통신사, 은행, 미용/의료 산업에서 '수능 특수'는 단기 매출 증대보다, '고객생애가치(LTV, Lifetime Value)'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고객 획득(Customer Acquisition)' 전략의 성격이 강합니다.

산업 전략 분석
통신/금융 성인이 되어 첫 스마트폰을 개통하고 첫 신용카드를 만드는 '생애 첫 고객'을 자사 브랜드로 유치하면, 높은 '전환 비용(Switching Costs)'으로 인해 해당 고객이 수십 년간 충성 고객으로 남을 확률이 높습니다. '수험생 할인'은 이 미래의 막대한 LTV를 확보하기 위한 '초기 투자 비용(CAC)'입니다.
성형/미용 '첫 수술'이라는 심리적 장벽이 높은 시장에서, 할인을 통해 긍정적인 첫 경험을 제공하면, 해당 고객이 미래에 다른 시술이나 수술을 고려할 때 동일한 병원을 재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3. 수요 측면 분석: '억압된 수요'와 '보상 심리'의 폭발

공급 측면의 전략이 성공하는 이유는, 수능 직후의 수험생들이 보이는 독특한 소비 심리 때문입니다.

  • 억압된 수요(Pent-up Demand): 장기간의 입시 준비로 억눌려왔던 소비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
  • 보상 심리(Reward Psychology): "고생한 나를 위한 보상"이라는 강력한 자기합리화 기제가 작동하여, 평소보다 소비에 관대해지고 가격 저항이 낮아집니다.

기업들의 '할인'이라는 공급 전략은, 이러한 수요 측면의 심리적 폭발과 완벽하게 맞물려 시너지를 창출합니다.

4. 결론: '통과 의례'를 가장 성공적으로 상업화한 시장

결론적으로, '수능 특수'는 '수능'이라는 대한민국 사회의 독특한 '통과 의례(Rites of Passage)'를, 기업들이 가장 성공적으로 상업화한 시장입니다. 기업은 이 시기의 청소년들이 '학생'에서 '성인 소비자'로 전환되는 과도기적 정체성에 주목합니다. '할인'이라는 단기적 혜택을 통해 그들의 첫 소비 경험을 지배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려는, 매우 정교하고 장기적인 경제 전략이 '수능 특수'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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