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재테크·금융

[법률 경제학] '재산분할 1조'의 의미: 최태원-노소영 판결로 본 기업 지배구조와 기여도의 경제학

by trendwon 2025. 10. 30.
반응형

 

[법률 경제학] '재산분할 1조'의 의미: 최태원-노소영 판결로 본 기업 지배구조와 기여도의 경제학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판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결과(재산분할 1조 3,808억 원, 위자료 20억 원)는, 단순한 가십을 넘어 대한민국 재벌의 지배구조와 '부(富)의 형성'에 대한 기여도를 어떻게 경제적으로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법률적, 경제학적 이정표를 제시합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을 법률 경제학(Law and Economics)의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1. 재산분할의 경제학적 기초: '특유재산'과 '기여도'의 재해석

이혼 시 재산분할의 핵심은, 혼인 기간 중 형성된 재산을 '특유재산(혼인 전부터 가졌던 고유재산)'과 '공동재산(혼인 중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으로 구분하고, 공동재산에 대한 각자의 '기여도'를 산정하는 것입니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SK㈜ 주식을 상속·증여받은 '특유재산'으로 판단하여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와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 측(부친 故 노태우 전 대통령 포함)의 유무형적 기여가 SK그룹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함으로써, 최 회장의 주식 역시 '공동의 노력'으로 그 가치가 유지·증대된 '공동재산'의 성격을 갖는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비재무적 기여, 즉 '인적 자본(Human Capital)'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투입이 기업 가치 증대에 미친 영향을 경제적으로 인정한, 매우 전향적인 판결입니다.

2. 사례 연구: 최태원-노소영 판결의 핵심, 'SK 주식'의 성격 규정

이번 판결의 가장 중요한 함의는, 재벌 총수의 '상속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했다는 점입니다.

관점 분석
1심 판결 (전통적 관점) SK㈜ 주식은 최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특유재산'이므로, 그 자체는 분할 대상이 아님. 노 관장은 재산 '유지'에만 일부 기여.
항소심 판결 (확대 해석) 노 관장 측의 기여가 없었다면 SK그룹이 현재와 같이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므로, 주식의 '가치 상승분'에 대한 기여를 넘어, 주식 '자체'가 공동재산의 성격을 띤다고 판단.

3. 거시적 파급 효과: '오너 리스크'와 기업 지배구조의 불확실성

이번 판결은 SK그룹의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오너 리스크'를 부각시켰습니다. 1조 3808억 원이라는 막대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일부 매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제기됩니다.

  • 경영권 안정성 문제: 총수의 지분율 하락은, 잠재적인 적대적 M&A나 경영권 분쟁에 대한 방어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 주가 변동성: 대규모 지분 매각(블록딜) 가능성, 또는 자금 마련을 위한 계열사 배당 정책의 변화 등은, 해당 기업의 주가에 단기적인 불확실성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재벌 총수의 '사적인' 이혼이, 어떻게 기업 전체의 '공적인' 가치와 수많은 주주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4. 결론: '가사 노동'과 '내조'의 경제적 가치, 그 새로운 이정표

결론적으로, '최태원-노소영' 이혼 판결은 단순히 천문학적인 재산분할 액수뿐만 아니라, 그동안 정성적으로만 평가되던 배우자의 '내조'와 '가문의 후광' 등 비재무적 기여를, 기업의 '자산 가치 증식'과 직접적으로 연결하여 계량적으로 인정한, 대한민국 사법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이는 향후 유사 소송에서 '기여도'의 범위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며, '가족'이라는 비시장적 관계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경제학적으로 재평가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