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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산업 분석] '고프코어(Gorpcore)'의 경제학: 기능성은 어떻게 최고의 패션이 되었나
'고프(Gorp)'는 "Good Ol' Raisins and Peanuts"의 약자로, 하이킹이나 캠핑 갈 때 가져가는 견과류 간식을 뜻합니다. 이 투박한 단어에 '놈코어(Nomcore, 평범함 속의 멋)'가 결합된 '고프코어(Gorpcore)'는, 아웃도어 의류를 일상복과 매치해 입는 패션 트렌드를 일컫습니다. 아크테릭스, 살로몬 등으로 대표되는 이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고가(High-End) 아웃도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기능성 의류가 어떻게 패션의 주류가 되었는지 경제학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1. 서론: 산에서 내려온 등산복, 도심의 '유니폼'이 되다

과거 '등산복'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습니다. 알록달록한 색상과 과한 절개 라인은 '패션 테러리스트'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아크테릭스(Arc'teryx)', '살로몬(Salomon)',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등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1020 세대의 '힙(Hip)'한 아이콘으로 급부상했습니다. 홍대와 성수동 거리는 고어텍스 재킷과 트레일 러닝화를 신은 젊은이들로 넘쳐나며, 이는 패션 산업의 거대한 '지각 변동'을 의미합니다.
2. '아크테릭스'의 프리미엄 전략: '기능성 과잉'과 베블런 효과

캐나다의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는 고프코어 트렌드의 정점에 있습니다. 이들의 성공은 철저한 '고급화 전략'에 기인합니다.
오버 스펙(Over-Specification)의 미학: 아크테릭스의 재킷은 히말라야 등반에도 견딜 수 있는 최고급 소재와 기술력을 자랑합니다. 도시 생활에는 불필요한 '과잉 기능'이지만, 소비자는 이 '고사양' 자체를 '명품의 품질'로 인식합니다. 베블런 효과: 100만 원이 넘는 높은 가격은 오히려 수요를 자극합니다. "나는 비 오는 날에도 끄떡없는 최고급 옷을 입는다"는 심리는, 샤넬 가방을 드는 것과 유사한 '과시적 효용'을 제공합니다.
3. '살로몬'의 성공 방정식: 믹스 앤 매치와 '어글리 슈즈'의 진화

프랑스 브랜드 '살로몬'은 트레일 러닝화의 투박함을 '세련됨'으로 포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협업(Collaboration)의 힘: '메종 마르지엘라', '꼼데가르송' 등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기능성 신발을 '패션 아이템'으로 격상시켰습니다.
- 뉴진스 효과와 밴드왜건: 아이돌 그룹 뉴진스 등 셀럽들의 착용은 대중에게 "살로몬 = 트렌디함"이라는 공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는 대중이 유행을 따르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를 유발하여 품절 대란을 일으켰습니다.
4. 소비 심리 분석: 불확실한 시대의 '생존 본능'과 '과시욕'

도심에서 아웃도어를 입는 심리에는 현대인의 '불안'과 '방어 기제'가 깔려 있습니다.
| 심리적 요인 | 경제학적 해석 |
|---|---|
| 도시 생존 (Urban Survival) | 기후 위기, 전염병, 사회적 불안 속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기능성 의류(갑옷)'를 구매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효용)을 얻습니다. |
| 편리함 추구 (Lazy Economy) | 관리가 편하고, 어디에나 입을 수 있는 실용성은 '게으른 경제' 트렌드와 부합합니다. '원마일웨어(One-mile wear)'의 확장판입니다. |
5. 결론: '라이프스타일'이 된 아웃도어, 지속 가능한 트렌드인가?

결론적으로, 고프코어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패션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건강', '자연', '활동성'이라는 가치를 함께 판매해야 합니다. 기능성과 패션의 경계가 무너진 지금, 아웃도어 브랜드는 명품과 스트릿 브랜드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으며, 이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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