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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경제학] '바가지요금'의 경제학: 정보 비대칭, 독점, 그리고 게임 이론으로 본 시장 실패

by trendwon 2025.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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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경제학] '바가지요금'의 경제학: 정보 비대칭, 독점, 그리고 게임 이론으로 본 시장 실패

지역 축제, 유명 관광지 등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바가지요금' 논란은, 단순한 상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특정 조건 하에서 시장이 어떻게 비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시장 실패(Market Failure)'에 이르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제학적 사례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바가지요금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정보 비대칭', '독점', 그리고 '게임 이론'의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1. 핵심 원인 1: '1회성 게임(One-shot Game)'과 '정보 비대칭'

바가지요금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상호작용이 '반복 게임'이 아닌 '1회성 게임'일 때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단골손님을 상대하는 동네 가게는, 장기적인 '신뢰'와 '평판'을 통해 미래의 이익을 확보하는 '반복 게임(Repeated Game)'을 합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바가지를 씌울 유인이 적습니다. 반면, 축제 방문객이나 관광객은 대부분 다시 볼 확률이 없는 '1회성 고객'입니다. 이 경우, 판매자는 미래의 평판 가치보다 현재의 '즉각적인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여기에, 관광객이 현지 물가나 품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 상황이 더해져, 판매자는 정보 우위를 이용해 쉽게 가격을 부풀릴 수 있게 됩니다.

2. 핵심 원인 2: '공간적 독점'과 가격 결정력

축제장, 고립된 관광지 등은 지리적으로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 포로 시장)'을 형성합니다. 소비자들은 해당 공간 안에서 제한된 공급자(상인)들하고만 거래해야 하며, 외부 시장과의 경쟁이 사실상 차단됩니다.

이러한 '공간적 독점(Spatial Monopoly)' 또는 과점(Oligopoly) 상황에서, 개별 상인들은 시장 가격을 받아들이는 '가격 수용자(Price Taker)'가 아닌,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는 '가격 설정자(Price Maker)'로서의 지위를 갖게 됩니다. 경쟁이 부재하므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수준까지 가격을 인상할 유인이 매우 커집니다.

3. '죄수의 딜레마': 왜 상인들은 담합하는가?

개별 상인의 양심적인 행동이 어려운 이유는, 게임 이론의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모델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상인 B: 바가지 (배신) 상인 B: 정가 (협력)
상인 A: 바가지 (배신) A: 보통 이익, B: 보통 이익 A: 최대 이익, B: 최소 이익
상인 A: 정가 (협력) A: 최소 이익, B: 최대 이익 A: 작은 이익, B: 작은 이익

이 모델에서, 상대방의 선택과 상관없이 '배신(바가지)'하는 것이 개별 상인에게는 항상 최선의 전략(우월 전략)이 됩니다. 그 결과, 모든 상인이 '협력(정가 판매)'하여 장기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것보다, 다 함께 '배신(바가지)'하여 단기적 이익을 취하는 '비효율적인 균형'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는 명시적인 담합이 없더라도, 개별의 합리적 선택이 집단의 비합리적 결과를 낳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4. 결론: '평판 자본'의 파괴와 장기적 손실

결론적으로, 바가지요금은 '1회성 거래', '정보 비대칭', '독점적 지위'라는 시장의 구조적 결함 속에서, 개별 상인들이 자신의 단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 선택의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반복될 경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관광지 전체의 '평판 자본(Reputation Capital)'을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잠재 관광객의 이탈을 유발하고, 지역 경제 전체를 공멸시키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으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바가지요금 근절은 개별 상인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을 넘어, 지자체의 투명한 가격 정책,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정보 공유,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상생'이라는 사회적 자본 구축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복합적인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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