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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테크·금융

[스포츠 경제학] 한국시리즈 '암표 시장' 분석: 희소성, 차익거래, 그리고 그림자 경제

by trendwon 2025.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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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KBO 한국시리즈 예매 시즌이 되면,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며, 동시에 정가의 수십 배에 달하는 '암표(Scalped Ticket)'가 거래되는 거대한 '2차 시장(Secondary Market)'이 형성됩니다. 이는 단순한 불법 행위를 넘어, 경제학의 가장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시장을 형성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적나라한 사례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한국시리즈 암표 시장의 작동 원리와 경제적 함의를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1. 암표 시장의 형성 원리: '가격 통제'와 '초과 수요'

암표 시장이 형성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주최 측(KBO)이 설정한 '티켓 정가'가 실제 '시장 균형 가격'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적으로, KBO가 정한 티켓 가격은 일종의 '가격 상한제(Price Ceiling)'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와 같은 메가 이벤트에 대한 수요는 공급(한정된 좌석 수)을 압도적으로 초과하는 '초과 수요(Excess Demand)'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이로 인해, 정가에 티켓을 구매한 사람과, 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티켓을 구매하려는 사람 사이에 거대한 '가격 격차'가 발생하며, 이 차익을 노리는 암표 시장이 필연적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2. '암표상(되팔렘)'의 비즈니스 모델: 차익거래와 리스크 관리

암표상의 비즈니스 모델은 금융 시장의 '차익거래(Arbitrage)'와 동일한 구조를 가집니다. 즉, 동일한 상품(티켓)이 서로 다른 시장(1차 시장 vs 2차 시장)에서 다른 가격으로 거래될 때, 이를 매매하여 무위험(에 가까운) 수익을 얻는 행위입니다.

프로세스 세부 전략 및 리스크
1. 자산 확보 (Acquisition) '매크로(Macro)'라 불리는 자동 예매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일반 예매자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확률로 티켓을 선점. 이는 기술적 우위를 통한 '자산 확보 경쟁'입니다.
2. 가격 책정 (Pricing) 경기의 중요성(예: 1차전 vs 7차전), 대진의 흥행성(예: LG vs 한화), 좌석의 위치, 날씨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수요 예측'에 기반한 동적 가격 책정(Dynamic Pricing)을 실행.
3. 리스크 관리 (Risk Management) 가장 큰 리스크는 '재고 위험(Inventory Risk)'입니다. 시리즈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거나, 특정 팀의 일방적인 경기로 팬들의 관심이 식을 경우, 확보한 티켓이 팔리지 않아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3. 사회경제적 비용과 규제의 딜레마

암표 시장은 다음과 같은 명백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합니다.

  • 소비자 후생 감소: 순수한 팬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을 증가시켜,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를 감소시키고 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합니다.
  • 그림자 경제(Shadow Economy) 형성: 대부분의 암표 거래는 현금 또는 비공식적 계좌이체로 이루어져, 세금 회피의 수단이 되는 등 지하 경제를 확대시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암표 매매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쳐, 수백만 원의 차익에 비해 처벌이 미미하여 규제의 실효성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암표 근절을 위한 보다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4. 결론: '팬심'이 가격이 되는 시장

결론적으로, 한국시리즈 암표 시장은 '팬심'이라는 강력하고 비탄력적인 수요가, '티켓'이라는 극도로 한정된 공급과 만났을 때, 그리고 '정가'라는 가격 통제가 존재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시장 현상'입니다. 이는 주최 측의 가격 정책, 기술의 발전(매크로), 그리고 규제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입니다. 이 '쩐의 전쟁'은, 보이지 않는 시장의 힘이 우리의 순수한 열정마저 어떻게 가격으로 환산해내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적나라한 경제학의 교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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