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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테크·금융

[데이 마케팅 분석] '빼빼로데이'는 어떻게 '롯데'의 비즈니스가 되었나: 시장 창출과 선점 효과의 경제학

by trendwon 2025.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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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는, 특정 기업(롯데웰푸드)의 특정 상품(빼빼로)이 어떻게 하나의 '사회적 기념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데이 마케팅(Day Marketing)'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이는 단순한 판매 촉진을 넘어, 기업이 어떻게 문화를 형성하고, '소비의 명분'을 창출하며, 경쟁자의 진입을 막는 강력한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빼빼로데이 현상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1. 빼빼로데이의 기원: '유기적 밈(Meme)'의 상업적 전유

 

 

일반적인 데이 마케팅(예: 밸런타인데이)이 해외 문화를 수입한 것과 달리, 빼빼로데이는 1990년대 부산/경남 지역 여학생들 사이에서 "11월 11일에 빼빼로를 먹으면 날씬해진다"는 속설과 함께 자생적으로 발생한 '유기적 밈(Meme)'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롯데는 이 현상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발견'하고 '전유(Appropriation)'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롯데는 이 작은 문화적 현상의 잠재력을 인지하고, 막대한 마케팅 자본을 투입하여 '사랑과 우정을 전하는 날'이라는 보편적인 스토리텔링을 입혔습니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의 학생 문화였던 밈을, 전 국민이 참여하는 상업적 기념일로 성공적으로 '스케일업(Scale-up)'시킨 것입니다.

 

2. 경제적 파급 효과와 '롯데'의 수익 구조

 

빼빼로데이는 롯데웰푸드 연간 빼빼로 매출의 50% 이상이 집중되는 절대적인 성수기입니다. 이는 관련 유통 산업 전체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미칩니다.

 

  • 직접 효과: 롯데웰푸드의 직접적인 매출 증대. 11월 한 달간 수천억 원의 매출이 발생합니다.
  • 간접 효과: 편의점(GS25, CU 등), 대형마트 등 유통 채널의 집객 효과 및 연관 상품(선물 포장재, 초콜릿 등) 매출 증대.

 

3. 경쟁 분석: '포키'가 2인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 (시장 선점 효과)

 

제품의 원조는 일본 글리코사의 '포키'임에도 불구하고, 해태제과가 라이선스 생산하는 포키가 빼빼로데이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시장 선점 효과(First-mover Advantage)'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선점 효과 분석
브랜드-카테고리 각인 롯데는 '11월 11일'이라는 날짜에 '빼빼로'라는 자사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각인시켰습니다. 소비자들은 '빼빼로'라는 브랜드를 통해 해당 카테고리(막대 과자 기념일)를 인식하게 됩니다.
높은 전환 비용 (Switching Costs) 소비자에게 "빼빼로데이에 포키를 선물하는 것"은, 단순히 다른 과자를 사는 것을 넘어, '정해진 사회적 약속(Social Convention)'을 어기는 듯한 심리적 전환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유통 채널 선점 롯데는 막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시즌이 되면 전국의 모든 유통 채널의 가장 좋은 매대를 '빼빼로'로 선점하여, 경쟁 제품의 물리적 노출 기회 자체를 차단합니다.

 

4. 결론: '문화'를 설계하고 '소비'를 창출하는 힘

 

결론적으로, 빼빼로데이는 한 기업이 어떻게 자사의 상품을 중심으로 '문화'를 재정의하고, '소비의 명분'을 창출하며, 이를 통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구축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이는 '상술'이라는 비판을 넘어, 소비자의 심리와 사회적 관계망을 이해하고 활용한, 고도로 계산된 '문화 경제학(Cultural Economics)'의 승리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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